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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 / 자연분만 / 38주 3일 / 루시나 산부인과 2019-10-17 17:20:01
작성자   루시나산부인과 imusiwer1@nate.com 조회  777   |   추천  87

2019년 6월 15일 13시 23분, 지난해 10월 임테기를 시작으로 만난 똘이를 38주 3일만에 품에 안았다.

임신 중기부터 주수보다 유달리 큰 머리를 가진 똘이 때문에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식단 조절을 해왔는데 37주 6일 이미 9.88cm 40주 넘는 머리크기를 자랑한 똘이. 결국 3.3kg으로 예정일보다 열흘 넘게 빠르게 세상에 나왔다.

걸어서 5분 거리인 루시나 산부인과에서 조오숙 원장님께 임신 전부터 진료를 받아왔다. 임신 말기 똘이 머리가 커서 걱정이 많았지만, 머리 크기보단 엄마의 골반이 중요하다며 자연 분만을 할 수 있다고 해주셨다. 일찍 나오려고 했는지 똘이는 일찌감치 이미 아래쪽으로 머리두고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특별한 증상은 없어서 37주차까지 회사생활도 잘하고 느즈막히 출산휴가를 시작했다.

출산휴가가 시작된 지 4일차, 38주 2일 오후 갑작스레 이슬이 비췄다. 아기가 내려온 것 같다거나 하는 전조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슬이 비춰도 2주 넘게 아이가 안나왔다는 사람부터 그날 바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경험담이 있어서, 초산이니 그래도 늦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출산가방을 급하게 챙겼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38주 3일 새벽 1시경 갑작스레 진통이 시작되었다. 생리통처럼 아랫배가 아픈 진통이었고 생각보다 참을만 했다. 혹시나 싶어 주기를 체크해봤을 때 5분 간격까지 내려가서 진진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언했듯이 일단 밥을 먹었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루시나 산부인과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상태를 설명하였더니, 초산이고 아직 목소리가 차분하니 좀 더 경과를 지켜보다 오는게 좋을 것다고 하셨다. 실제로 주기가 짧긴 했지만 견딜만한 통증이었기에 알겠다고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진통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결국 여차저차 잠을 잤다.

아침이 밝고, 여전히 참을만한 진통이 계속되었다. 병원 진료 시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조오숙 원장님께 진료를 받기로 하고 걸어서 병원에 방문했다. 중간 중간 통증때문에 멈춰서야 하긴 했지만, 걸어갈 만한 진통이었다. 첫 내진을 받았고 생각보단 이상한 기분이 아니었다. 여전히 가진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바로 4cm가 열렸으니 올라가서 입원하자고 하셨다. 늦어도 오늘 오후에는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아침 식사를 안하고 온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가족분만실에 입원해서 간호사님이 다시 내진을 하셨고, 처음 보다 더 불편한 기분과 진통보다 더 아픈 기분을 느꼈다. 관장은 5분정도 참다가 화장실에 갔고 진통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민망하고 불편한 기분은 아니었다. 제모는 결국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산모 중엔 제모를 하신 분도 있다고 하니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다.

10시경 입원을 하였고 참을만한 진통을 한시간 가량 겪었다. 진통이 있을때는 아파했지만 끝나면 남편과 이야기를 하거나 잠깐 잠이 들기도 했다. 그 후 점점 진통이 심해졌고,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무통 주사 맞을 때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셔서 정말 열심히 유지하며 맞았고, 맞는 순간 시원한 기분? 하지만 무통 주사를 맞았다고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못견딜 통증을 견딜만한 통증으로 낮춰주는 정도 였다. 그렇게 다시 한시간 가량 진통을 했고, 마침내 더 이상 못견딜 만큼 아픈 통증이 시작되었다. 다시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내진을 하시곤 진행이 너무 많이 되어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정말 죽을 듯이 아픈 통증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턴 내진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진통이 심해졌다. 진행 속도가 빨라 유도제는 맞지 않았다.

조오숙 원장님이 올라오셔서 내진을 한번 하시겠다고 남편을 밖으로 내보내셨고 (1시15분) 진행이 빨라 바로 분만 준비에 들어갔다. 가족분만실에서 진통하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침대가 이렇게 저렇게 변하더니 가족분만실에서 실제 분만도 진행하는 거였다. 진통은 정말 못견딜정도로 아파서 사고가 정지되었다. 정말 의사, 간호사분들이 하라는 데로만 따라 했다. 힘을 주라고 하면 주고, 빼라면 빼고, 숨을 쉬라면 쉬는 식이었다. 진통이 너무 아파서 차라리 힘을 주면 고통이 경감되는 기분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 힘을 주었더니 어느 새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시 23분 똘이의 탄생이었다. 처음 안아본 똘이는 내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제 분만은 8분 정도로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다. 원장님도 쉽게 아이를 낳은 편이라며 축하(?)해주셨다. 남편이 들어와서 탯줄을 잘랐고, 간호사님의 촬영으로 첫 가족 사진도 분만실에서 찍게 되었다. 엄청 초췌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훗날 받은 사진에 내 모습이 너무 멀쩡해 보여서 민망할 정도였다.

똘이는 목욕과 각종 확인 절차를 위해 신생아실로 이동하였고, 분만실에 남은 나는 후속 처치를 받았다. 회음부 열상 주사를 맞아 상처가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안 맞고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확한 비교는 불가하다. 너무 큰 진통을 지나와서 인지 이후 처치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받을 수 있었다. 태반 등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진을 한번쯤 더 했던 것도 같지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든 마무리가 끝난 후 각종 링겔을 맞으며 가족분만실에서 두세시간 가량 휴식을 취했다.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찾아왔고 새벽에 먹은 것 이후로 공복상태를 12시간 가량 유지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시어머니와 부모님, 남동생이 방문하여 인사를 나눴다. 다들 생각보다 멀쩡해보인다며 신기해했다. 사실 나도 엄청났던 고통이 휘발되며 스스로도 할만한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후 신생아실에 들려 깨끗하게 씻은 똘이를 마주했다. 작고 귀여운 모습에 아이를 낳은 것이 실감났다.

병실로 이동하여 마침내 저녁식사를 받아 식사를 했고, 기나 길었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똘이의 탄생,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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